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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2. 24. 23:42

 

 

1. 겨울이 벌써 끝났다니 놀랍다. 11월 중순 여행에서 돌아와서 패딩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경악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_@. 그래도 이번 겨울에는 이것 저것 소소하게 벌여놓은 일들이 많다. 토익, 전과, 여행, 교환학생 신청 등등. 사실 야망없는 나는 영화 많이 보고 책 많이 읽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2. 그렇다는 건 휴학도 끝난다는 얘기가 된다! 세상에. 초등학교 입학한 이래, 아니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주어졌던 온전한 나만의 14개월도 이제는 다 끝났다. 시간적으로 따져보면

 

4개월 놀았고

6개월 노동했고

2개월 여행했으며

2개월 공부했다.

 

네 달이나 놀아버린 게 좀 아쉽긴 하지만 나름 휴학이니 좀 쉬는 시간을 가져본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따져보자면

 

알바 2번

유럽여행

토익 885

 

정도가 있다. 딱히 눈부신 성과는 아니지만 나름 환산 불가능한 부가가치를 많이 얻었으므로 크게 후회는 없다. 대외활동을 좀 해놨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은 있다. 휴학을 시작할 때 결심했던 건 '한가지만 제대로 하자'였고, 개강 전날 '내가 1년 잘못 보냈구나' 하는 생각만 들지 않도록 하자는 거였다. 지금 나는 만약 1년 휴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메마르고 답답한 마음으로 4학년을 맞이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울고 웃었으니, 이정도면 됐다 싶다.

 

3. 그나저나 학교로 돌아가면 나도 복학생!! 젊음의 상징이었던 10학번이 복학생 언니! 누나!! 선배님!!! ㅠ_ㅠ 믿을 수 없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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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12 - 15/10/12

London, UK

 

 

 

a. 내셔널 갤러리의 꾸리한 물감 냄새와 소년 빌리.

 

 이 도시는 무채색과 빨간색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진 곳이라는 느낌. 내셔널 갤러리 안을 떠다니던 오래된 물감의 꾸리한 냄새와, 반대로 이상하리만치 좋았던 런던 사람들의 향기(애프터 쉐이브는 아닌 것 같고 향수 아님 샤워코롱같은데 대체 정체가 뭘까ㅠ_ㅠ 알아왔어야 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어야 했지만 아이엘츠 공부욕을 마구 샘솟게 하던 그 발음. 주말 오후, 테이트 모던에서 시간을 들여 칸딘스키의 그림을 아들에게 설명하던 젊은 아빠와 공원의 청설모에게 먹이를 주던 미화원 할머니의 웃음같은 것들이 오래도록 생각날 것 같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굳이 머리 위를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나, 빌리가 안무를 마칠 때마다 터져나오던 환호, 백발 할아버지들의 기립 박수같은 것들, 뭐 그런 거.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정말 떠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내려온 온갖 바보같은 결정들을 다 만회해 줄만한 그런 선택을 내가 했구나. 뿌듯하고 벅차올랐던 밤.

 

b. Frieze Art Fair.

 

 민박집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언니는 프랑스 남부에서 미술을 공부 중이라고. 말로만 듣던 젊은 CEO였는데 멀쩡히 잘 되던 사업을 접고 아베쎄데도 모르는 상태에서 프랑스로 날아온 대책없이 용감한 언니다. 내가 런던에 머물던 그 주 주말에 마침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기 위해 왔단다. 런던 아트페어는 세계의 유명한 아트페어 중 하나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아침을 먹다가, 맘이 맞은 세 명이서 언니를 따라가게 되었다. 니가 여태껏 봐 온 난감함은 난감함이 아니야! 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전시들을 보면서 내가 의외로 오래 된 그림들보다 현대미술을 볼 때 더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하@_@ 아마 감상의 자유가 보장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 갖은 해석이 다 나와 있어 굳이 첨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을 보면서도 제멋대로 뜻을 읽는, 나같이 몽매한 사람에게 매력적인 분야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서 21년을 살면서도 몰랐던 내 취향이나 사소한 호불호같은 것들을 이곳에 와서는 매일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 그런 일들이 참 생소하면서도 기껍게 다가온다. 

 

c. 포토벨로 마켓.

 

 노팅힐은 힐링이 필요할 때 재탕하는 영화 중 하나다. 말린 빨래같은 느낌의 잔잔한 색감과 휴 그랜트 아저씨의 악센트가 날카로워진 신경을 가라앉혀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많이 기대하고 두근거리면서 찾아갔는데 문제의 서점이 문을 닫았단다. 아니 왜 닫아? 영화팬의 설렘도 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냐?ㅠ_ㅠ 얼핏 들은 바로는 장사가 너무 안돼서 닫았다고 하더라. 헐. 뭔가 영화촬영지하면 팻말 세워놓고 성지처럼 다루는 그런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그 이유라는 게 심각하게 현실적이어서 웃겼다. 하지만 굳이 노팅힐 덕분이 아니어도 런던의 마켓 규모와 빈티지 문화는 대단했다. 여지껏 먹어 본 컵케이크 랭킹 1위를 갱신한 레드벨벳과 집에서 만들어 온 색색깔의 쿠키 케이크들은 물론, 오래 된 망원경과 나침반 같은 제품들, 옛 지도와 그림들도 많아서 눈이 호강. 오래 된 것들을 아끼고, 흘러간 시간에 가치를 부여해서 다시 소비할 줄 아는 그 의식이 참 부럽더라. 나는 2년 전에 쓰던 핸드폰, 1년 전에 입던 옷만 봐도 이런 걸 어떻게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학을 떼는데 좀 부끄럽고 그랬다.

 

d. 조에와 히데.

 

 런던에서 조에와 히데를 만났다! 이 날 혼자 테이트 모던을 보고 여섯시반 쯤 pimlico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하필 내가 있던 역에서 그 역으로 가는 노선이 파업;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넘기고 히데에게 전화해서 울먹였더니 조에도 victoria역에 갖혀 있다며 만나서 오라고 차근차근 달래주더라.ㅠ_ㅠ 착한 히데노리! 아카리가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다. 결국 히데는 아무도 없는 pimlico역에서 한시간이나 기다렸고 반년만에 만난 나는 사과하기 바빴고;; 셋이 짱 친절한 할아버지가 웨이터를 보는 가게에서 커리를 먹은 뒤 victoria역 근처의 펍으로 이동했는데, 얘네는 어떻게 된 애들이 저녁도 지들이 사더니 펍에서도 꼭 자기들이 계산해야겠다고 바락바락 우겨서 난감했다. 일본 문화의 꽃은 더치페이 아니였니?ㅠ_ㅠ 나는 (없는 버짓이나마) 소비하러 온 여행자고 얘들은 유학생인데, 내가 얘들한테 얻어먹는 게 너무 말도 안되는 일이라 몰래 주머니에 20파운드씩 넣어놨더니 또 용케 알아채고는 이러면 안 된다고 한사코 거절. 정색을 하고 혼내길래 쫄아서 다시 받아오긴 했는데 미안해서 잠도 잘 안 오더라. 악! 친절도 과하면 마이너스야 이놈들아. 결국 걔들한테 내가 준 건 한시간의 기다림과 나중에 한국 오면 하루 세끼 다 사줄거라는 되도 않는 호언장담밖에 없다. 아악!

 

 

 

check.

- 볼거리가 너무 많은 도시다. 보통 하루 정도는 옥스포드, 캠브릿지 등 근교를 여행하는 코스로 많이 계획하기에 나도 4일 런던 + 1일 옥스포드로 잡고 버스표까지 예매해놨는데 못본 게 너무 많아서 옥스포드를 취소했다.ㅠ_ㅠ 적어도 일주일은 잡아야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 굳이 한 곳만 가라면 마켓. (규모는 포토벨로가 컸지만 브릭레인 마켓도 좀 더 와일드한 매력이 있었다//)

- 그나마 소매치기 위험이 적기 때문에 앞으로 하드코어한 가방 지키기를 해야하는 여행자들에게 첫 도시로 좋은 곳이다. 

- 뮤지컬은 예매하고 가는 쪽이 기회비용이 적은 듯. 다른 공연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확실히 공홈에서 하고 가는 게 낫다.

 

 

 

photos.

 

 

 

 

땅만 파도 하루가 훌쩍 갈 너네.

 

 

 

 

 

 

 

 

 

 

 

 

 

 

 

이후로도 느끼게 되지만 독일 음식이 가장 입맞에 맞았다. @_@

 

 

역 화장실은 너무 비싸다.

 

 

이 카드 안 사온 게 아직도 좀 아쉬워!!

 

유명한 베이글집. 살몬+크림치즈 먹었는데 세입까지 맛있었음.

 

 

노부부들이 손 꼭 잡고 걸어다니며 서로의 볼에 뽀뽀하는 모습을 유럽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너무 아름답다. ㅠ_ㅠ

 

 

셰익스피어가 들어가는 이름의 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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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 20일에 본 토익 결과가 나왔다! 열흘 정도 나름 열과 성을 다해 공부하고 본 시험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나와서 감동받았다.ㅠ_ㅠ 목적아닌 수단으로써 활용되는 대표적인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5점 10점 더 올려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마음을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더라. 실력이 점수로 매겨져야 한다는 어이없는 사실에 불만스러워 하던 사람들도 내 점수가 50점 오르고 100점 오르면 그런 건 다 상관없어지는 것 같다. 흠흠. 아무튼 교환학생 신청할 자격이 되어서 기쁘다! 또 하나 도전하고 싶은 게 생겼다.

 

2. 성적을 확인하고 바로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그래서 몇점' 받은 점수를 보내줬더니 '잘했다 점수' 라고 했다. 엄마하고 얘기를 할 때 나는 항상 유럽 여행이 내게 안겨 준 것, 내 주윗사람들에게서 배울 점, 책을 몇 권 읽었고 간만에 좋은 영화를 봐서 너무 신난다는 말들을 주로 하지만 엄마에게 더 피부로 와닿는 성과는 눈에 보이는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도 그렇다면 타인에게는 더욱 더 그렇겠거니 하는!@_@ 그동안 내 안에 (뭐가 됐던 간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데에 집중했던 것에 비해, 요즘은 뭔가 아웃풋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찾아오곤 하는데. 뭘 할 수 있고 뭘 하면 좋을 지 고민해봐야겠다.

 

0. 하고 싶지만 안해서 더 좋을 일들이 가끔 있다. 요번에는 내 욕심부리지 말고 접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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