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 간의 일정 중에서 10일을 파리에 머물기로 마음 먹고나니, 열흘씩이나 민박 or 호스텔에서 지내는 건 쫌 우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파리는 아파트(스튜디오라고도 하던데) 렌트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어서 저렴한 호텔에 묵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혹했던 건데, 사실 그냥 요리도 해먹고 싶고 시간에 구애 안받고 눈치 안보며 들락거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한국에서 포털에 '파리 아파트 렌트', '파리 스튜디오 대여'로 검색하면 몇몇의 선구자들이 잘 가이드 해놓은 포스팅들을 볼 수 있는데, paris-apartments나 parisattitude등의 사이트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발견한 곳이 homelidays였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골라 메일을 보내면 바로 집주인과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가능하면 에펠탑과 가까운 곳을 찾다가 어마어마한 물가에 포기하고(에펠탑 끝자락도 안 보이는데 비싸! 알고보니 부자 동네라네.), 그 다음엔 오르셰 근처를 보다가, 결국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1-2구 근처 아파트를 몇 개 골라 메일을 보냈다. 1)세탁기 2)wifi 3)금연건물 4)2층 이상. 이게 내 거름망이었는데, 거의 보름을 뒤졌지만 모든 조건과 기대 금액에 부합하는 곳은 딱 한 곳 밖에 없었다. 여기 안 되면 돈을 좀 더 쓰던지 wifi를 포기하던지 해야겠다 하며 메일을 보냈는데 용케 답장이 왔다! 결국 또 보름 정도 걸려서 데포짓을 송금하고, 그 과정에서 집주인 olivier씨랑 메일로 좀 투닥투닥하고. 뭐 그랬다.
아파트는 요런 느낌인데, 사실 기대했던 모양새랑 좀 다르긴 하다. 그래도 TV와 전화가 무료라는 점과 센강이 가깝다는 장점으로 퉁치기로 결심했다. 어쨌든 큼지막한 테이블이 있다는 게 가장 맘에 든다.♥ 난 밥도 제대로 만들어먹어야 하고 편지도 좀 많이 써야하고 짐도 늘어놔야하니, 큰 테이블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부엌이 조금 걱정되는데, Olivier씨 말로는 well equipped kitchen이라고 했지만 음 끙 잘 모르겠어. 가서 만들어 먹으려고 요즘 양식 연습 중인데, 끙 이건 더 모르겠어ㅠ_ㅠ 아무튼 스페인과 스위스를 포기하고 머물게 된 파리에서의 열흘이 나름 괜찮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사카와 더불어 내 로망씨티인데. 루브르와 오르셰와 로뎅과 에펠탑과 센강 같은 것들이 스페인의 정열적인 남자들과 스위스에서의 패러글라이딩을 향한 내 욕망을 무찔러줬으면 한다. 화이팅! 두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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