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이 텅텅 비었다! 집 앞 카페까지 걸어오는데 차도도 인도도 너무 조용해서 놀랐다. 현대인은 인정머리가 없다느니, 요즘엔 다들 놀러가느라 성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초심플 제사를 지낸다느니 하지만 다들 착실하게 시골에 가고 있구나. 조금 놀라웠다/_/ 아마 이 동네엔 1인 가족이 많아서 그런 걸 수도. 그나저나 여기에서도 벌써 두번째 추석이다! 이게 더 놀라워. 그래도 이번 추석이 더 상태가 괜찮은 것 같다. 작년 추석엔 명동에서 알바하느라 조금 우울했었다.
2. 근 10년 만에 재래시장이란 곳엘 갔다. 예전 살던 동네에 있던 재래시장은 분명 나 초등학교 저학년까진 우중충하고 촌스러운 시장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는데, 이마트가 생기고 내가 교복을 입기 시작한 뒤로 한동안 안갔더니 고등학교 때 쯤에는 아케이드란 물건이 생겨버려서 장보는 곳이라기보다는 쇼핑하는 곳 같은 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비오는 날 천막에 물이 고이면 주인 아줌마 아저씨들이 손으로 잡아당겨서 빗물폭포ㅎ_ㅎ 만드는 걸 구경하는 게 내심 즐거웠던 거 같은데. 그래서 그 이후로는 더욱 더 안갔다. 시장 안에 있어 내가 좋아하던 보너스타임 많이 주고 웰치스까지 공짜로 주는 7000원짜리 노래방도 그 때부터 끊었다.
여기 시장은 천막이 없어서 촌스러움이 잘 간직된 것 같아/_/ 추석이라고 전도 바로 부쳐서 팔고 송편도 색깔별로 늘어놨다! 우린 친가가 다 서울에 있는 데다가 그나마도 잘 안 가게 돼서, 작년부터는 명절이 명절같지가 않아 좀 그랬는데 오늘 시장가서 제사 음식 산다고 분주한 사람들 보니까 나도 덩달아 재밌고 들뜨고. ㅎ_ㅎ 캬캬. 어떤 사람들은 제사 음식을 사서 준비하는 것에 대해 아니꼽게 생각하지만 난 그래도 큰 행사 치뤄내겠다고 여기저기 이것저것 사러다니러 열심인 사람들이 대단하고 대견하고 그랬다. 그것도 다 성의 아니겠어? 만들었는데 산 것보다 맛없으면 뿌듯은 하지만 먹으면서 우울하잖아. 난 제사라고 하면 거의 기억도 안 나는 애기 때 몇 번 가본 게 다인데, 나중에 그런 일에 엄격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게 되면 그걸로 충돌하고 막 싸우고 그러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음 모르겠다! 근데 왠지 난 시켜주면 의욕적으로 잘할 것 같아.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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