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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야간열차와 유레일'에 해당되는 글 1건
2012. 9. 9. 17:03

 

 

고등학교 때 과외를 두 번 했었는데 그 중 첫번째 선생님은 연세대 간호학부에 다니는 초엘리트 여대생이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스스로 뭔가 해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그 선생님도 내게 항상 자신감과 성실함을 심어주려 노력했는데 사실 지금 와서 기억에 남는 건 항상 눈을 반짝반짝이며 유럽 배낭여행을 꼭 가보라고 당부하던 그 말 밖에는 없다. 그래서인지 17살 이후로 내게 유럽은 꼭 '배낭을 메고 가야하는' 곳으로 남아있었다. 나이를 몇 개 더 먹고, 내게도 주위에 정말 유럽을 다녀와 본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꼭 유럽이 배낭을 메고 가야만 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배낭이 요즘엔 캐리어로 많이 대체되었다는 것과, 심지어 일정을 직접 짜지 않고 여행사를 통해 다녀오는 사람들 또한 많다는 것(대학생 중에도 은근 많다. 처음엔 부르주아!!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단순히 귀찮아서 그런 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_/)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봄, 처음 유럽을 가기로 결심했을 때 든 생각은 배낭은 무리더라도 여행사 힘 빌리지 말고 가보자는 거였다.

 

 그러나 모든 일정을 직접 짜고, 꼬부랑말 쓰인 웹사이트 들락거리며 모든 예약을 혼자 하다보니 들어가는 에너지도 장난아닌데다가 성격도 나빠지고ㅠ_ㅠ 좀 위험하다. 어제는 여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걸 문득 깨닫고 후다닥 버스와 야간열차, 유레일 예약을 해치워버렸다.

 

 우선 버스는 독일 뉘른베르크 - 체코 프라하로 넘어가는 DB버스와 프라하 -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가는 스튜던트에이전시 버스. 유레일 이용날짜를 조금 줄일 겸, 기차가 과반인 이동에 활력소를 넣어보고자 버스를 타기로 한 건데 스튜던트에이전시 사이트가 페이팔 결제를 허락 안 해줘서!! 짜증나게 안 해줘서!!! 애를 좀 먹었다. 그래도 스튜던트에이전시 버스는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대부분의 여행객이 이용하는 수단이라 정보도 많은데(심지어 어느 쪽 몇번 좌석 창가에 기둥이 없어 시야 확보에 좋다는 정보까지 있다! 역시 슈퍼코리안/_/), DB버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 유용하게 참고했던 블로그 주소를 링크합니다. <요기> 

 

 야간열차 쿠셋도 드디어 예약! 뮌헨에서 베네치아로 넘어가는 기차인데, 4인 쿠셋과 6인 쿠셋이 10유로나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강력히 4인을 추천하길래 4인 쿠셋으로 예약했다. 난 사람이 더 적으면 뭔가 더 무서워서(다 남자면 어떡하지?!ㅠ_ㅠ) 6인을 하려고 했는데 답변의 90%가 4인을 추천하더라. 끙.. 뮌헨 - 베네치아 라인 야간열차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경유하지 않고 직행으로 가는 데다가 운행 시간도 가장 빠른 편인 23:40 출발 08:34 도착 기차가 가장 인기있는 듯 하다. 들은 얘기가 많아 쫌 무섭긴 한데, 캐리어를 신주단지 모시듯 껴안고 자야겠다. 아니면 제일 허름한 옷 입고 돈 없는 배낭객 코스프레를 하던가.. 사실 이때쯤이면 진짜 돈 없어서 그렇게 될 거 같기도 한데. -_-

 

 여행 시작때부터 골 아프게 하던 유레일도 드디어 예약!! 만세! 할렐루야! 모든 루트의 동선에 맞춰 유레일이 하루 없을 경우와 한 국가에서 안 쓸 경우를 모두 계산해봤다는 분의 말을 듣고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못할거야ㅠㅠ 했는데 어쩌다보니 나름 열심히 계산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4개국 셀렉트로 8일!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처음부터 정해놔서 문제가 없었는데 프랑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보니 고려해야할 게 많았다. 결국 남부프랑스는 유레일로, 파리 근교는 '나비고'라는 일주일 교통패스를 쓰기로 결정! 이탈리아는 야간 쿠셋 가격만 계산해도 넣는 게 이득이길래 포함시켰다. 지구*여행사라는 곳에서 10% 할인 받아서 구매했다!

 

 일단 큼직한 교통 예약들은 모두 끝냈고, 세부 일정을 하나씩 완성시켜 가면서 각 도시에서 어떤 교통 패스를 쓸 지 정하면 된다. 비수기에도 방 잡기 힘들다는 할슈타트와 니스, 이탈리아 숙소 예약도 다음주에 해치우고 뮤지컬이랑 오페라, 관람 투어도 예약해야 하고.. 여행이 코 앞에 다가올 수록 점점 할 일이 쌓여간다. 나는 아직도 내가 정말 한 달 뒤에 지구 반대편에 있을 거란 사실이 전혀 실감되지 않는데. 일들이 조금씩 확실해지고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나도 그동안 말하기 꺼려하던 여행 사실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한명 두명 내가 떠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왠지 점점 더 불안해진다. '나 유럽 가.' '저 유럽 가요.' 하는 말들이 곧바로 상대의 귀에 들어가지 않고 내 입술 언저리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고, 장난삼아 도피성 여행이라 부르던 말이 점점 더 현실로 변해가는 느낌이라 가끔 묘연하고, 이내 부끄러워지고는 한다. 그래도 6개월을 기다려 얻게 되는 한 달의 여행이 나에게 어떤 것들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에는 이상하리만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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